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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실종이란? - 스스로 사라진 증발한 사람들

by practicestory 2023.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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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쵸하츠, 한자로는 蒸発로 표기되는 일명 증발해버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단어로 굳이 번역하자면 실종에 가까운 이 용어는 사실 우리의 실종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현상으로 일본에서 현재도 일어나고 있는 생각보다 깊은 사회 문제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실종과 증발의 차이

국내에서는 가족이나 지인이 일정 시간동안 연락이 닿지 않고 생존에 대해 확신할 수 없을 때 이를 신고해 수색하고 이후 상당기간동안도 해당 인물에 대한 생존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 인 경우 보통 실종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실종 자체는 하나의 사건으로 여겨지고 사건으로 신고되면 경찰력을 동원해 수색해 해당인물의 생존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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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본의 사회 현상을 지칭하는 단어인 초하츠(蒸発)는 이런 실종과는 조금 다른 현상입니다. 초하츠(蒸発)가 된 사람들은 불의의 사고나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행적을 찾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 본인의 의지로 행적을 감춘 사람들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3년에 8만명,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사람들

일본에서 1년간 실종, 혹은 행방불명이 된 사람들의 수는 8만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물론 이들이 전부 자발적인 실종을 의미하는 초하츠(蒸発)에 해당하는 사람들인 것은 아닙니다. 일부는 실제 범죄사건에 휘말리기도 하고 일부는 단순한 가출인 경우도 존재합니다. 문제는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된 경우의 실종은 생각보다 그 비중이 매우 낮다는 점입니다. 실제 이들 중 범죄에 연루되어 본인의 의사에 반해 실종 신고가 이루어진 경우는 총 0.8%정도. 그 외의 대다수 인원이 건강이나, 가족간의 불화, 직장이나 친구들의 문제를 이유로 스스로 사라진 자발적 실종에 해당하는 이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이 중 대부분은 1~3년 사이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은 남은 일부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일명 초하츠(蒸発)에 해당하는 자발적 실종자로 매해 증가핟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년간 일본에서 사라지는 행방불명자의 수

연령 인원 인구 10만명당 행방불명자의 수
9세 이하 1,010명 10.7
10대 13,577명 124.1
20대 15,714명 124.3
30대 9,628명 69.2
40대 6,841명 38.2
50대 5,351명 31.3
60대 4,149명 27.2
70대 10,242명 62.5
80대 이상 12,706명 106.3
출처 : 일본 경시청 『令和3年における行方不明者の状況』

 

초하츠(蒸発)인(人)에 대한 사회적 연구

일본에서는 자발적인 실종을 선택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 사회적 현상의 하나로 인식되게 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과 사회적 연구들도 심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자발적 실종을 선택한 이들이 결국 그러한 선택을 하는 이유가 생각보다 매우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고민이나 스트레스에 의한 것으로 알려지게 되면서 누구든 자발적인 실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그것이 바로 매년 늘어나는 초하츠(蒸発)인(人)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에 사회 전반적으로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일본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자발적 실종에 대해서 일본이 아닌 외부에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2017년에는 ⟪인간증발⟫이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되기도 했으며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인이 아닌 프랑스 언론인인 레나 모제였습니다. 이 책을 통해 레나 모제는 인간이 증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어떠한 심리적인 변화를 경험하는지 그리고 증발 이후 자발적 실종인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들은 왜 스스로 실종을 선택할까?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일본에서 자발적으로 스스로 실종을 선택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그 이유가 매우 평이하다고 합니다. 단순히 말하면 사회적 압박과 기대에 대한 스트레스 등을 이유로 하여 더 이상 이로 인한 심리적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할때 자신의 모든 사회적 관계를 단절하고 스스로 사라지는 것이 주된 이유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의 용어로 따지자면 일명 '잠수'에 가까운 행동양태로 우리나라에서의 잠수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저 약간의 심리적 안정이나 평화를 목적으로 행해지는 것에 목적을 둔다면 일본의 자발적 실종은 그야말로 스스로를 지우는 단계로 진화해 실제로 자신의 신분 자체를 지우고 위조된 신분으로 살아가려 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발적 실종을 돕는 서비스와 이후의 삶

무턱대고 그냥 가출이나 잠수를 감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명 '야반도주 서비스'를 이용해 삶의 터전 자체를 몰래 바꾸는 경우부터, 앞서 언급한대로 위조 신분을 만들어주는 서비스가 생겨나기도 하면서 실제 자발적인 실종을 선택한 이들을 찾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우습게도 이렇게 실종자들을 찾는 일이 어려워지면서 이런 류의 실종자들을 전문적으로 찾아주는 탐정업이 성행하는 등 웃지 못할 사업이 규모를 키우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전문적인 서비스까지 이용해 자신의 흔적을 지우려 작정한 사람들의 경우 주변과 단절된 삶을 선택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것을 어려워했고 결국은 생활고로 고통받다 슬럼가로 흘러들어가는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상당수의 자발적 실종을 선택한 증발자들 중 일부는 다양한 사고로 삶을 마무리한 경우도 꽤 된다고 합니다.

 

일본뿐이 아니다.

자발적 실종은 처음 일본에서 생겨난 사회적 현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현상에 대한 공공연한 연구나 언론매체의 보도가 일본에서 구체적으로 이루어졌을 뿐 반드시 일본에서만 존재하는 사건들은 아닙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금융위기나 다양한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자발적 실종에 가까운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았음은 물론, 한발 더 나아가 실종이 아닌 목숨을 버리는 형태의 결정을 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이 현상에 대한 연구는 일본에서만 행해져야 하는 연구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이제는 일본에서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자발적 실종이나 혹은 초하츠(蒸発)에 대한 이해가 우리나라에서도 필요한 시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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