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설화중에는 귀신이야기나 괴담들도 있지만 누가 착한 일을 해서 복을 받았다더라, 하늘에서 산신이 내려와 고을을 지켰다더라 하는 수호 담을 담은 이야기도 꽤 많습니다. 다자고 할머니 역시 그런 수호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다자구 할머니가 단양을 지켰다.
다자구 할머니는 현재 충청남도 단양지역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지역은 원래 지역을 넘어가는 길이 있었는데 이 길을 통해 경상도에서 한양으로 시험을 보러 오가는 선비들의 왕래가 많고 상거래를 주로 하는 행상들도 이 길을 이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알게 된 도적떼들이 이 지역에 자리를 잡게 되었고 이후 오가는 사람들뿐 아니라 이 지역에 살고 있던 민가들에게도 피해를 끼치신 시작했습니다.
조선시대 흉년과 기근으로 백성들의 고통이 크던 시절 이 지역의 죽령산 도전 떼들의 횡포가 끊일 줄을 모르고 이어지는 것도 모자라 왕에게 바쳐지던 공물까지 도적들의 손에 넘어가는 일이 잦아지자 이 지역을 다스리던 지역의 군수는 이 일로 큰 상심에 쌓이게 됩니다. 그때 한 할머니가 군수를 찾아와 나에게 묘안이 있으니 들어보라며 한 가지 수를 내어줍니다.
자신이 도적의 소굴로 들어가 그들의 동태를 살피고 이후에 도적들을 모두 잡을 수 있을 만큼의 상황이 되면 자신이 '다자구야'라고 외칠 것이고 도적들을 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더자구야'라고 외치겠으니 그것을 신호로 삼아 도적들을 잡으로 오라는 것이죠. 그리고 할머니는 도적떼들이 소굴로 찾아갑니다.
할머니는 도적들의 소굴 가까운 곳에서 '다자구야~ 더 자구야~'라고 소리치며 슬피 울기 시작했는데 이 소리를 들은 도적떼들이 할머니에게 찾아와 이유를 묻습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둘 있는 게 한 명은 다자구이고 다른 한 명은 더자고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이 두 아들이 모두 실종되어 이렇게 슬피 우노라고 말하죠. 이 이야기를 들은 도적의 두목은 할머니가 안타까워 자신들과 함께 생활하며 지내기를 권하는데 할머니는 그를 따라가 일을 해주며 간간히 처음처럼 '다자구야~ 더자구야~'하며 울곤 합니다.
이후 도적 때가 잔치를 하고 곯아떨어진 어느 날 할머니는 드디어 관아를 향해 '다자구야 ~ 다자구야 ~'하며 소리치게 되고 이 소리를 들은 관군들이 도적떼들을 소탕했다는 이야기가 바로 다자고 할머니 이야기입니다. 도적떼를 다 잡은 마을의 군수가 할머니를 찾아보니 이미 할머니는 사라지고 없었다고 전해집니다.
2. 실제로 존재하는 다자구 할머니의 사당
그저 오래된 전래동화처럼 느껴지는 이야기이지만 현재에도 단양에는 이 이야기에 관련한 장소들이 꽤 있습니다. 실제로 다자구 할머니를 기리는 제향이 조선시대부터 봄과 가을 음력 3월과 9월에 부정이 없는 달을 택하여 단양과 풍기, 영춘, 청풍군수가 참석한 가운데 국행 제로 치러질 만큼 큰 행사였고, 현재는 단양군 대강면에 죽령산신당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물론 마을 군수들이 참여하는 국행제만큼의 행사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행사들은 여전히 단양문화원에서 주관하는 마을제사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3. 마을을 수호하는 수호령
우리나라는 원래 마을을 수호하거나 혹은 한 가정을 수호하는 수호령들에 대한 이야기가 꽤 많이 있습니다. 각 마을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장승들도 따지고 보면 해당마을의 터줏대감으로 그 마을을 수호하는 역할해 온 일종의 수호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괴담이나 요괴등 수호신에 비해 자극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를 주는 이야기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관심이나 인지도를 얻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게 조금 더 도움을 주고 이로운 신들은 바로 이런 다자구할머니 같은 수호령이라는 점도 가끔 상기했으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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