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들었는데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 이야기, 누군지 알겠는데 비슷한 것이 많은 이야기, 그런 클리셰 범벅인 설화는 어느 나라에나 하나쯤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지하국대적 퇴치설화가 바로 그런 이야기로 존재합니다.
그리스 신화같기도, 안데르센 동화같기도..
지하국대적 퇴치설화는 사실 구전으로 전해져 오는 신화나 전래동화가 있는 곳이면 어느 곳에서나 하나 이상은 존재하는 그런 류의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이야기 자체는 너무 잘 알려져 있지만 반대로 지하국대적이라는 이야기의 제목은 생소하게 느껴지는 그런 희한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왜냐, 이 이야기를 그리스 신화에서 들었는지, 이솝우화에서 들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민간설화로 들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해도 스토리는 알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하다못해 슈렉도 용에게 도전해 피오나를 구하고, 알라딘도 나쁜 왕족에게 시집갈뻔한 재스민 공주를 구해내 결혼하게 되는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으니 굳이 지하국대적이 아니라도 이런 류의 스토리는 매우 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하국대적 퇴치설화의 줄거리
자, 그래도 기왕 우리나라의 민간 설화로 특정지어 이름을 검색했으니 이 이야기가 가진 구체적인 내용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하국대적 퇴치설화는 지하국에 살고 있는 괴물을 퇴치하는 이야기입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서 여인이 괴물에게 납치 당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여인의 부모는 자신들의 재산과 함께 딸을 구해오면 딸과 결혼을 시켜주겠다는(딸의 의사는?) 조건을 내걸고 자신들의 딸을 구해줄 이를 찾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얼마 후 자신들의 말처럼 여인을 구해주겠다고 나서는 이가 나타나게 됩니다. 그는 천신만고 끝에 여인을 납치한 괴물이 지하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지하국의 입구도 찾아내게 됩니다. 그는 몰래 지하국으로 들어가 납치된 여인을 찾아내고 괴물을 퇴치하기 위해 여인의 도움을 받아 괴물의 집으로 들어갑니다. 이후 여인에게서 힘이 세지는 물을 얻어 마시고 힘을 길러 괴물을 퇴치한 후 여인과 함께 그동안 괴물에게 납치당한 사람들과 여인을 지상으로 올려 보내죠. 하지만 지상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들이 이 공을 가로채기 위해 사람들과 여인을 가로채고 남자를 지하국에 버려두게 됩니다. 결국 남자는 신령의 도움을 받아 지상으로 나오게 되고, 여인의 집을 찾아가 자신의 공을 가로챈 이들을 벌하고 여인과 혼인하여 행복하게 살아가게 됩니다.
매우 전형적인 동화적 서사로 이후 이 이야이는 금원전, 금령전, 최치원전등의 설화에 차용되어 전형적인 클리셰로 활용됩니다. 물론 우리나라 이외의 다른 국가에서도 이런 흐름의 이야기는 매우 흔합니다.
신비아파트에 등장
이 지하국대적은 앞서 언급한대로 이야기의 줄거리는 유명하지만 그 제목자체는 상대적으로 유명세가 덜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용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에 지하국대적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하게 되면서 신비아파트 최장 귀신으로 설정되어 이용되었고, 때문에 의외로 어린이들에게는 인지도가 높은 요괴이기도 합니다. 머리가 아홉 개 달린 괴물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적용하여 신비아파트에서도 머리가 여러 개 달린 괴물로 등장합니다. 일부 전승에서는 이 머리가 아홉 개 달린 지하국대적이 아귀라고 표현하는 곳도 있으나 실제 불교에서의 아귀는 해당설화와는 그 내용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별도의 괴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할 것으로 보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