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설화 중 반쪽이 이야기는 다른 설화들처럼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반쪽이 이야기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두 가지 정도의 이야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반쪽이 개구리왕자 버전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모든 것이 반쪽만 있는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다리도 팔도, 눈도, 귀도, 하다못해 콧구멍도 남들의 반쪽만 있었던 이 아이를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반쪽이라 부릅니다. 그런데 이 반쪽이가 반쪽만 있는 몸을 가지도고 엄청난 힘을 보여주는 장사아이였습니다. 힘이 센 반쪽이는 비록 몸은 반쪽만 있을지언정 한 사람 이상의 일을 거뜬히 해내는 능력자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형제들은 이런 반쪽이를 부끄러워했는데 어찌나 창피해했던지 숲으로 끌고 가 나무에 묶어버리고 돌아오기도 합니다. 다만 힘이 좋은 반쪽이가 그깟 나무 따위 통째로 뽑아버리는 괴력으로 다시 돌아오지만 나름 고난 속에 살아가죠.
성인이 되어 형제들이 결혼을 하자 반쪽이는 그제야 자신도 결혼을 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건넛마을의 김동지의 딸을 색시로 맞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동지는 당연히 반쪽이를 보고 반대하게 되죠. 반쪽이는 포기하기 않고 몇 날 며칠 동안 기다려 사람들이 자신을 쫓아오지 못하도록 해놓고 김동지의 딸을 납치해 달아납니다.
여기서부터는 이 이야기의 버전이 두가지로 갈라집니다.
한 가지는, 어렵게 얻은 김동지의 딸을 집으로 다시 돌려보낸 후 반쪽이가 자신에게 써졌던 저주가 풀려 미남자로 바뀐다. 두 번째는, 김동지의 딸에게 청혼을 했는데 이것이 받아들여지자 저주가 풀려 미남자가 되었다로 두 가지 다 원래 반쪽이에게는 저주가 걸려 있어서 반쪽이였을 뿐 원래는 잘생긴 미남자였다는 것인데 이 두 가지 중 무엇이든 그 후 반쪽이는 김동지의 딸과 결혼해 백년해로하는 행복을 누립니다.
2. 반쪽이 마이네임 버전
두번째 주류 설화중 하나는 바로 반쪽이와 호랑이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서는 반쪽이 아버지가 금강산에 호랑이를 잡으러 갔다가 사망하게 되고 이후 반쪽이를 비롯한 삼 형제가 그 복수를 위해 기술을 갈고닦게 됩니다. 그러나 삼 형제 중 두 형은 반쪽이를 두고 둘이서만 호랑이를 잡으러 갔다가 둘 모두 다시 사망하게 되죠.
이후 반쪽이가 다시 산으로 호랑이를 잡으러 가서 호랑를 잡고 그 가죽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호랑이 가죽을 탐하는 부잣집 영감을 만나게 됩니다. 이 영감은 호랑이 가죽을 얻기 위해 자신의 딸을 걸고 내기를 하게 되는데 영감의 예상을 깨고 반쪽이가 이 내기에서 이겨 결국엔 딸과 결혼하게 된다는 줄거리입니다.
3. 반쪽이 이야기의 의미
반쪽이 이야기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기준으로 본다면 완성되지 않은 미완의 존재 혹은 불완전한 존재인 반쪽이가 온전한 존재인 일반 사람들보다 큰 힘을 가지고 자신의 부족함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권선징악을 강조하던 옛 설화나 동화들의 특징을 생각해 본다면, 자신보다 부족한 사람이라고 우습게 보거나 깔보지 말라,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 관점을 조금 더 확대하여 현재 소외계층에 대한 차별과 무시에 대한 경고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이 설화의 다양한 버전들을 살펴보면 의외로, 동양문화권이 아닌 서구문화권의 신화나 동화들도 상당부분 유사한 측면들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반쪽이 설화는 서양과 동양 문화권에서 공유되는 이야기 유형인 신화적 영웅이야기에 속합니다. 신화적 영웅은 종종 신체적 결함이나 약점으로 태어나지만, 이 결함이나 약점을 극복하고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숭고한 의미를 부여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레스는 어린 시절에 발목을 묶어 강에 버려졌지만, 자라서 12가지의 위대한 업적을 달성해내기도 합니다. 반쪽이 이야기와 상당히 유사하죠. 신화나 설화 등 오랜 시간을 지나온 이야기들을 통해 인류가 추구하는 엔딩은 어쩌면 크게 다르지 않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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